도시가 평면적으로 무한히 넓어질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땅은 한정되어 있으며, 환경을 고려한 도시 개발은 더욱 정교한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땅값은 이미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도심 내 녹지 공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도시는 이제 위로, 아래로, 그리고 바다 위로까지 공간을 넓혀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오늘은 미래의 도시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늘을 향해 확장되는 도시 – 초고층 수직 도시의 현실화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타워처럼 500미터를 넘는 건물들이 현실화되었고, 이들은 단순한 주거나 사무 공간이 아닌 도시 기능 전반을 품은 복합체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한 건물 안에 주거, 오피스, 상업 시설, 교육 공간, 의료 기관, 심지어 식량 생산을 위한 수직 농장까지 포함하는 설계가 등장하고 있으며, 여기에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자립 시스템과 AI 기반의 스마트 홈 플랫폼까지 결합되면서 마치 건물 하나가 하나의 자급자족형 생태계를 형성하는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수직 도시는 단순히 높이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자립적인 기능을 중심에 두고 있다. 사람들이 일하고, 배우고, 소비하고, 살아가는 모든 활동이 한 건물 안에서 이뤄질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수직 도시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외장재, 폐열 회수 시스템,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AI 기반 관리 기술이 필수적이다. 고층 구조가 주는 피로감이나 폐쇄성 문제는 자연광이 충분히 들어오는 구조, 실내 정원과 같은 자연 요소의 도입, 주민 간 소통이 이뤄지는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극복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네옴(NEOM) 프로젝트 내의 ‘더 라인(The Line)’은 이 모든 수직 도시 개념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직선형 구조로 무려 170km에 달하며, 자동차와 도로가 전혀 없이 AI와 친환경 에너지로 운영되는 도시 설계는 인류 도시 진화의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도시의 새로운 방향 – 지하도시와 플로팅 시티의 가능성
수직 도시가 하늘로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도시의 또 다른 확장 방향은 바로 지하와 바다 위다.
이미 일본, 싱가포르, 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지하 공간을 도시 기능의 일부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헬싱키는 지하에 교회, 수영장, 아이스하키장까지 갖춘 대규모 지하 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공간은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주거와 여가가 공존하는 하나의 생활권으로 작동하고 있다. 지하 도시는 지열을 이용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고, 외부의 재난이나 바이러스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구조를 제공한다. 동시에 소음을 줄이고 도시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실용적이다.
싱가포르 역시 좁은 국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차장, 배수시설, 데이터 센터 등 주요 인프라를 지하화하면서 지상의 공간을 공원이나 주거지로 재설계하고 있다. 향후에는 지하에서 대중교통, 쇼핑, 식물 재배, 물류 이동이 모두 통합 운영되는 시스템이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바다 위에 떠 있는 플로팅 시티는 기후 변화로 인해 점점 위협받고 있는 해안 도시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다. 해수면 상승이 심각한 국가들, 예컨대 몰디브나 방글라데시 같은 국가는 실제로 해상 도시 설계를 고민하고 있으며, 국제기구인 UN-Habitat와 민간 기업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오션릭스 시티(Oceanix City)는 그런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시도의 일환이다.
이 해상 도시는 바다 위에서 주거는 물론이고, 에너지 생산과 식량 자급, 폐수 처리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는 단순히 건축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생존의 전략이자 미래 도시를 위한 친환경적 해법이 될 수 있다. 바다라는 공간을 인간의 삶의 터전으로 바꾸는 과정은 도시 개념 자체를 다시 정의하게 만들고 있다.
2050년 도시 라이프스타일과 새로운 직업군의 등장
도시의 구조가 바뀌면 사람들의 삶도 필연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선, 초고층 건물이나 플로팅 시티에서는 개인의 물리적 공간이 다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유 공간과 커뮤니티 활동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높은 곳에 살거나 바다 위에 거주하는 만큼 외부로의 이동은 제한적일 수 있고, 이에 따라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가상현실을 활용해 원격 근무나 원격 교육,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삶의 모든 순간에 AI 기술이 스며들고, 일상 속에서는 로봇 서비스나 스마트 가전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디지털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이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도시 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형태의 직업군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고층 건물 내부에서 식물을 재배하고 관리하는 수직 농업 전문가는 농업과 도시를 연결하는 새로운 역할로 등장할 것이다. 플로팅 시티에서는 해상 인프라의 설계와 유지보수를 전담하는 해양 도시 엔지니어가 필요하며, 도시의 구조와 생태, 기술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설계하는 도시 생태 통합 설계사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지하 도시가 활성화되면 그곳의 안전을 관리하고 공기, 물, 전기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지하공간 안전 매니저 같은 새로운 기술직 역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직업은 지금 존재하지 않지만, 2050년의 도시에서는 분명히 필요하게 될 실질적인 역할이 된다.
그런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설계와 배려다. 아무리 세련된 시스템과 구조를 갖춘 도시라 해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고립감을 느낀다면 도시로서의 기능은 반쪽짜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미래 도시의 설계는 감정, 관계, 공동체의 회복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기술 중심의 개발을 넘어서 사람 중심의 기술이 실현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도시의 형태가 바뀌면, 우리의 삶도 함께 진화한다
2050년이 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초고층의 자급자족형 빌딩, 땅속 깊숙이 설계된 지하 공간, 그리고 바다 위에 떠 있는 생태 도시. 이 모든 것은 상상이 아니라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실험되고 구현되고 있는 현실의 일부다.
도시의 형태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 일의 구조, 인간관계의 형태까지 모두 바꾸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 도시는 단지 공간을 채우는 구조물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로서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는 도시를 단순히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갈 ‘환경’을 조성하는 시대를 살아가게 된다. 그런 변화 속에서 삶의 중심을 놓치지 않으려면, 기술과 디자인이 아닌 사람과 의미를 중심에 두는 도시 철학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도시에서 살아가고 싶은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천루의 꼭대기일까, 조용하고 온화한 지하의 주거 공간일까, 아니면 바다 위에 떠 있는 유기적인 생태 도시일까. 미래는 이미 문 앞에 와 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삶을 설계해야 할 시간이다.